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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대화의 시간. 오늘을 기억하는 우리

최종 수정일: 2023년 6월 26일



어느 조용한 오후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를 읽습니다.

단정하고 조용한 마을, 아이에서 소년으로 자라고 있는 Jonas의 자연스럽고 평온하지만 조금은 낯선 일상이 펼쳐집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앉아 쉬며 소년 Jonas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중등 생활을 시작한 큰 아이가 떠오릅니다. 조용히 흐르는 일상 속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에도 이런 여러 생각들이 있겠구나.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마음이 듭니다.

이어 함께 수업 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얼굴이 하나 하나 떠오릅니다.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그 과정의 길을 일상으로 걷고 있는 학생들과 마음 속 단상들을 깊이 나누고 싶은 생각입니다.

책을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읽으며 청소년 학생들과 나눌 질문들을 꼽아봅니다.


 

함께 나누는 질문_하나 SAMENESS vs DIVERSITY


“주인공 Jonas가 살고 있는 미래 도시의 규칙은 무엇이며, 그 도시에 없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먼저 책에 나오는 도시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미래 도시 규칙 자랑하지 않기. 거짓말하지 않기. 노인과 아기 빼고는 다른 사람의 몸 보지 않기. 문을 잠그지 않기.

음식 훔치지 않기. 단어 제대로 사용하기. 밤에 집을 나가지 말기. 아침에 자신이 꾼 꿈 이야기 하기.

배우자를 고를 수 없음. 여자, 남자 아이만 키울 수 있음. 이름도 주어진 아이로 받을 수 있음.

거울을 소유하지 않기. 노인은 가족 없이 살아야 함. 직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없음. 다른 도시로 가지 않기. 무례한 질문을 하면 안됨.


  • 도시에 없는 것 할머니,할아버지. 색. 눈. 비. 언덕. 햇볕. 피부색이 다른 사람. 거울. 선택권. 책. 음악.


안전과 통제를 위해 다양성과 선택을 포기한 도시임을 알게 됩니다. 그곳에 책, 색, 감정,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함께 나누는 질문_둘 임무 부여vs 고유함


“만약 지금의 당신에게 임무가 부여된다면, 어떤 종류일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Jonas의 도시에서는 만 12세에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행동과 여가, 봉사시간들을 관찰한 위원회 어른들에 의해서 평생 공동체를 위해 하는 일이 정해집니다.

많은 것을 통제하고 획일화하는 사회에서도 만 12세가 되면 이미 아이들은 눈에 띄는 특징들이 나타나고 그것으로 각자 다른 임무를 맡는다는 것이 아이러니 합니다. 감출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함이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만약 지금의 당신에게 임무가 부여된다면, 어떤 종류일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 외에도

‘내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
‘밖에서 나를 봤을 때 무엇을 잘 한다고 보여질까?’,
‘내가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순간은 어떤 때일까?’

깊이 생각합니다. 주인공 Jonas와 위원회 두 가지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의 고유함을 발견하는 순간이지요.

학생들은 서로 닮지 않은 2-3가지의 임무를 함께 떠올렸습니다. 아이들을 잘 돌보는 보육사와 신체를 단련하는 운동선수, 음악을 사랑하고 연주하는 음악가와 심리 상담가, 활발한 방송인과 마음을 잘 들어주는 상담가, 조용히 글을 쓰는 작가와 명랑한 리듬을 연주하는 드러머. 자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키워드의 임무는 학생들의 풍성한 호기심과 예민한 촉수, 재능과 취향이 모두 담겨있어 더욱 소중합니다.


 

함께 나누는 질문_셋 풍성한 울림 + 다양한 표현


“당신이 표지 디자이너라면”


다양하게 표현된 표지, 삽화, 포스터를 소개하고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기억 전달자의 주름과 고뇌에 초점이 맞춰진 표지들도 있고, Jonas의 자전거 혹은 혼란한 세계, 색의 변화가 중심인 포스터도 있습니다.





google.com


같은 책을 읽더라도 각 사람에게 다가오는 부분이 서로 다를 수 있으며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음을 소개하고, 나의 소감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디자인을 골라 이유를 나눕니다.


 

함께 나누는 질문_넷 안정성 vs 자율성


“ '선택'을 선택하시겠습니까? ”


‘사람들이 오랫동안 관찰하고 의논하여 ‘객관적으로’ 나에게 맡는 임무와 가족을 정해주는 것은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

‘나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을 정하고 나아갔으나 결과는 실패했다면 어떨까?’

소설처럼 누군가 정해주는 안전한 삶을 사는 것과 마지막 Jonas처럼 내가 선택하며 결과를 책임지며 사는 것 중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 지 물었습니다.


"내 생각에만 빠지지 않고 나를 잘 아는 주변의 충고를 깊이 새겨듣겠다"
"남이 정해준 길을 가면 잘 되고 기쁨이 없을 것 같고, 실패하면 원망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스스로 선택하면, 성공하지 못해도 받아들이고 다시 열심히 해볼 것 같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선택과 책임, 도전과 실패, 사랑하는 사람들의 충고에 대한 마음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입니다.


 

“책, 색, 음악, 감정, 기억이 없다니!”


책 이야기를 나누며 청소년 친구들이 가장 놀라워했던 것은 획일화된 미래 사회에 책, 색, 음악, 감정,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색과 음악이 없이 어떻게 지내요?”, “감정이 없으면 기억도 없는 건가 봐요”.


마을을 흐르는 강의 사계절 풍경과 감성을 아름다운 색과 경쾌한 음악에 풍부하게 담은 알레산드로 산나의 그림과 영상을 소개했어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다시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Emotionally Vague”


일상에서의 감정, 우리 안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람은 어떻게 분노, 기쁨, 공포, 슬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가'

아일랜드 디자이너 Orlagh O'Brien의 감정과 신체의 상관 관계 프로젝트 Emotionally Vague를 소개했습니다.


emotionallyvague.com

orlaghobrien.com


다수의 표본에서 특정 감정에 대한 기억 단어를 수집하고, 감정이 일어난 신체 부위 그림, 감정에 해당하는 색상환을 분석한 그림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함께 음악을 들으며 분노, 기쁨, 공포, 슬픔, 사랑의 순간을 기록하고 그 감정을 색 팔레트에 표현해보았습니다.

(각 감정에 해당하는 음악을 청소년들이 직접 골라 함께 들으며 활동하면 더욱 좋습니다.)




우리의 평범한 삶에 여러가지 상황과 감정이 있음을, 몸의 여러 부분으로 그것을 느끼고 색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나누는 질문_다섯


“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나요? ”


말로 전한다. 생각을 한다. 노래를 한다. 친구들과 놀러 간다.

나는 화날 때 노래를 듣거나 따라 부른다. 또 운동을 한다

답답할 때는 크게 호흡을 하고 졸릴 때는 물을 마신다.

악기를 연주한다. 샌드백을 친다. 거북이 먹이를 준다. 공중으로 뛰어 오른다.

노래 부른다. 노래 듣는다. 사진을 찍는다. 생각한다. 말한다.

나는 화가 나면 아무런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행복하면 웃는다.

슬프거나 짜증 날 때는 그 감정들을 생각하지 않게 위해서 웃는다.

바람을 느낀다. 가만히 앉아 있는다. 잔다. 노래를 듣는다. 영상을 본다.

기쁠 때는 몸이 먼저 반응한다. 슬플 때 표정은 그대로지만 눈물이 고인다.

배고플 때는 냉장고부터 열어본다.

음악을 듣거나 친구들이랑 놀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기쁘다.

심심하면 사진을 찍거나 자전거를 타고 화날 때는 인형을 때리거나 전화를 한다.

슬플 땐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 산책을 한다. 혼자 방에서 운다.

잔다. 맛있는 것 먹는다. 참는다. 피아노 친다. 그림을 그린다.


 

함께 나누는 질문_여섯


“ 간직하고 싶은 기억은 무엇인가요? ”

처음 교복을 입었을 때의 기분 (내가 중학교에 가다니! 남자아이들이 없는 출석부가 어색했다.)
가족들과 여행 (다른 나라 사람으로 오해했을 때 웃었던 일)
생애 처음으로 베프와 같이 떡볶이 먹었을 때 (친구들 이랑 같이 먹으니 2배로 맛있어진 기분이었다.)
친구랑 함께 아주 재미있게 다음날 아침까지 잠 하나도 안자고 논 기억.
가족들이랑 여행 가서 바닷가에서 논 기억
수영하고 난 다음에 먹는 라면의 맛
운동하고 와서 씻는 그 기분
혼자 방에서 소리 지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기분
학교 복도에서 친구랑 있다가 종쳐서 반으로 뛰어가는 기분
놀이공원에서 먹는 간식의 맛
그 날 마지막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갈 때의 기분
엄청나게 힘든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게임을 키는 기분
초등학교 졸업했을 때의 뿌듯함
친구들이 깜짝 생일 파티를 해주던 날
겨울에 집 가다가 사 먹는 핫도그
학원이 끝나고 집에 와서 먹는 집 밥
나는 내가 죽을 때의 기억을 간직하면 좋겠다. 그러면 죽음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나누는 질문_일곱


“ 당신이 기억 전달자라면 무엇을 전하겠습니까? ”


 


기억 전달자를 소개합니다.


로이스 로리 [기억 전달자]를 읽고 나니 내가 살아가는 일상이 더욱 소중하고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학생들에게 부지런히 그리고 만들고 기록하는 세 분을 [기억 전달자]로 소개했습니다.

1. 과거를 현재로 전달하는 사람. 동양화가 손동현씨입니다.

수묵화 등의 동양화 기법으로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소재(영웅, 로고 등)를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akive.org


2. 과거를 현재로 전달하는 사람. 복식 디자이너 김영진씨입니다.

“내가 지금 궁궐에 사는 공주라면 어떤 옷을 입을까?” 라는 상상력으로, 궁을 배경으로 하는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코리아 인 패션] 에서 한복을 현대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cha.go.kr


3. 일상을 재치 있게 기록하는 사람. 사진가 아사다 마사시

한 달에 한 번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가족 사진을 찍었던 아사다 마사시. 가족들은 점점 사진 찍기를 즐기게 되고 특별한 설정으로 가족 사진을 남기고 사진집과 책을 출판하게 됩니다.


 

내가 찾은 기억 전달자를 소개합니다.


학생들이 직접 기억 전달자를 찾아 나누며 풍성하고 다양한 지혜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naver.com

  • 참여형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와 창업자 지미 도널 웨일즈

  • 참전 용사 5000명 사진을 찍은 라미 현 사진가의 <프로젝트 솔저>

  • 고택을 갤러리로 바꾼 공간

  • 일론 머스크의 도전

  • 리코더 대중화 역사

  • 우리에게 귀한 지혜를 전해주는 소설가, 음악가

  • 과거 시험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공원

  •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 소설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관점이 바뀐 예


 

내가 기억 전달자


매일을 기록하는 일기 쓰는 나 자신을 기억 전달자로 소개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백자 일기를 쓰고, 운동 일지를 기록하고, 정기적으로 가족이 함께 책을 나누고 기록하는 정성을 발견했습니다.


이하봄 가족


 

우리들의 도전 [기억 전달자_challenge 100]


자연스럽게 우리만의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을 기록하는 내가 바로 기억 전달자"라는 학생들과 함께 평범한 오늘의 특별함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기억 전달자_challenge 100 이름으로 100일 목표로 매일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오늘을 힘껏 보듬고 성장하는 내일을 함께 기대합니다.





 

기억 전달자

한린 (만 13세)


많은 사람이 사는 평범한 세상에 나도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바쁘게 하루를 시작해서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할 일을 하다가 밖에 나가고, 저녁이면 돌아와 다시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 끝내는 하루가 반복되었다. 친구들과 놀거나 그럴 시간이 없었다. 요즘에 나는 더욱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가족들 과도 함께 보낼 시간도 없는 것을 보면 예전이 그리워진다.

5년 전, 우리 도시에서는 더 편한 삶을 위해 매일을 ‘늘 같음 상태’로 만들자고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면 직업도 자신 마음대로 고를 수 없고, 날씨도 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고민해도 되지 않는 ‘늘 같음 상태’를 원했고, 결국 이 도시는 그렇게 변하게 되었다.

‘늘 같음 상태’를 시작한 처음에는 생활이 너무나도 편해서 정말 좋았다. 하지만 허락을 받기 전에는 이 도시를 떠나면 안됐고 ‘밤에는 돌아다니면 안 된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이런 규칙이 너무나도 많아서 나는 이런 감시당하는 생활을 하기가 싫어 졌다.

마침내 나는 이런 ‘늘 같음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건 내 삶뿐 아니라 다른 사람 (부모님과 친구들, 이웃)의 삶까지 망친다고 생각했다. 모든 규칙대로 해야 해서 가족과 친구와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고 모든 사람들의 머리속에서는 ‘행복’ ‘사랑’ 이라는 단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았다. 나까지 ‘사랑’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나는 책이 보관된 창고로 갔다. 그 창고는 마을 중심에 있었다. 다행이 나의 아버지가 마을을 관리하는 사람이셔서 열쇠를 얻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했는지 책을 읽지 못하게 하였다.

하지만 나는 이런 ’늘 같음 상태’가 너무 싫고, 꼭 예전처럼 바꾸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 안되었지만 나는 몰래 들어갔다. 그곳에는 정말 많은 책이 있었다. 모든 마을 사람들 집에 있던 책이었다. 사람들은 책을 완전히 잊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항상 책을 생각 했다. 너무나도 읽고 싶었다.

나는 역사 책부터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가족들과 친구들의 소중함, 선택의 중요함, 행복 등을 알게 되었다.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반복되는 삶을 살며 거의 잊어가던 중이었다. 난 동화도 읽었다. 동화 속에는 정말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고, ‘늘 같음 상태’가 아니어도 좋은 점이 끝없이 있었다. 책에 푹 빠져 읽다가 지금 몇 시 인지 시계를 보았다. 밤 10시가 되기 10분 전, 그러니까 아버지가 점검하러 오시기 10분 전이었다. 나는 누구도 다녀가지 않은 것처럼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살금살금 걸어서 창고와 멀어졌을 때부터 뛰었다. 그래서 다행이 10시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고, 가족들은 내가 어디 갔다 왔는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나는 되도록이면 빨리 우리 도시를 전처럼 바꾸고 싶었는데 너무 잠이 와서 그대로 침대로 뛰어들어가 자버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공부방에 갔다. 공부방에는 컴퓨터와 프린터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집에서 컴퓨터 사용과 인터넷 검색을 금지했다. 하지만 공부방에서는 컴퓨터를 허락했고, 문서만 쓸 수는 있었다. 나는 공부방으로 가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어제 책에서 읽은 내용과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서 이 도시를 바꾸자고 쓰고 있었다. 다 적은 뒤 편지 30장을 인쇄했다. 나는 주변의 공부하는 사람들 모르게 숨어서 하나씩 편지를 접었다. 그러고 나서 공부방을 나와 주택가로 뛰어갔다. 주택가에는 주택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모두 우편함이 있었다. 나는 서른 개의 우편함에 편지를 넣었다.

한 달 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편함 주인들 모두 내가 넣은 편지를 읽었고, 그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했다. 우리 가족까지도 도시가 원래대로 돌아와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도시에서는 많은 규칙을 없앴고, 날씨도 바꾸려고 노력했다. 컴퓨터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마을에는 커다란 도서관이 생겼다. 나는 그 도서관에 매주 가서 아이들에게 내가 그날 몰래 읽었던 많은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제임스와 노을

전선휘 (만 12세)


우리가 사는 세상은 썩었다. 온통 기계와 쓰레기들 때문에 하늘이 가려졌다. 아! 그리고 나는 제임스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됐나? 라는 궁금증을 가진 소년이다. 나는 일찍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기계들과 쓰레기들 때문에. 하지만 나는 이런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내 확신의 근거를 알려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아버지는 비행사였다. 어느 날 아버지는 평상시처럼 비행을 하고 계셨다. 그러다 조종을 잘못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러다가 먹구름을 뚫고 갔다. 우리 아버지는 멋진 노을을 보셨다. 하지만 마을 규정상 먹구름을 넘어 가는 건 불법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내가 물어봐도 끝까지 대답을 안 하시다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나에게 노을이라는 것을 알려주셨다. 그리고는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그 다음부터 쓰레기를 없애고 기계들을 줄여 맑은 세상을 가져오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나는 어느새 12살이었다. 나는 여전히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노을이라는 것을 알리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역시나 믿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내 말을 안 믿는 건 아니었다. 내 친구들은 내 말을 믿었다. 내 친구들과 나는 어떻게 해야 먹구름을 거둬 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때 한 친구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놨다. 먹구름을 빨아들일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모두 그것에 동의했고 기계를 만드는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기 위한 부품들을 훔쳐서 기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계를 다 만들었다. 제임스와 친구들은 기계를 가지고 나가 먹구름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먹구름을 다 빨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때 먹구름에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았다. 노을 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그제서야 내가 했던 말을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계를 줄이기 시작했고 쓰레기도 점점 없애 갔다. 그렇게 먹구름들은 없어졌고 세상은 다시 맑아졌다.



어떤 사회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신물결 (만 12세)


범죄와 고통이 없는 공동체를 상상하실 수 있나요?

기억 전달자라는 책은 이처럼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지는 공동체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좋겠다고 느끼는 모든 것이 이 공동체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범죄, 폭력, 질투, 다툼, 비난, 고통, 시기, 경쟁 등이 없는 완벽한 공동체입니다.

하지만 이 공동체가 이런 요소들을 버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도 같이 버려지게 됩니다. 완벽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랑, 아픔, 공감 심지어는 가족과 평등까지 사라지게 됩니다. 이 책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진짜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닌 사회에서 정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가족이라고 여기면서 살게 됩니다.

쌍둥이가 태어나거나,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일정 범위 이상으로 들면 임무해제라는 이름으로 죽습니다. 자신의 미래의 직업, “결혼”할 상대, 이름, 집까지 배정받는 사회입니다. 하지만 이런 희생들을 통해서 임무해제 되지 않은 사람들은 고통, 질투, 경쟁 등을 모르고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천국과 같은 세상이겠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드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위에서 나온 것과 같은 기억 전달자 속의 사회 혹은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상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어떤 사회를 고르게 될까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 전달자에서 등장하는 사회는 고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자유와 의지, 사랑 등의 여러 감정과 우여곡절을 가지고 사는 것이 훨씬 더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게 됩니다. 태어나자마자 신체에 지장이 있다고, 같은 사람이 있다고 죽이는 것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하면 안되는 일인 것 또한 뚜렷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또한 우리가 행하는 차별과 무시 등 기억 전달자의 사회에서 사라진 일들을 멈추어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훌륭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눈과 마음을 통해 정성스럽게 가꾸어가는 시간의 소중함과 기억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귀한 시간입니다.

책을 읽으며 자신에 대해 더욱 알게 되고 나를 둘러싼 사회를 돌아보며 생각과 마음이 깊어지고 넓어지기를 응원합니다.



글 | 꿈샘 심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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